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뒷골목의 꿈

10대에 자주 꾸던 꿈을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하
고 있다. 우선 임시로「 뒷골목의 꿈」이라고 이름을
붙였는데, 길 양쪽에 가게가 늘어서 있는 뒷골목을
계속 걷고 있는 꿈이다.

거기가 어디인지는 알고 있다. 내가 살았던 F라
는 동네의 큰길에 병행해서, 또 하나의폭이 좁은
길이 뻗어 있는 그 뒷골목에 잠입해 든 것이다. 단
지 거리의 모습은 보통 하교 때 문득 생각이 나서
걸어 돌아간 적이 있는 그런 길과는 상당히 다르
다. 익숙하지 않은 시끌벅적한 가게가 있기도 하
고, 저택 같은 큰 집의 담벼락이 쭉 이어지는 모퉁
이가 있기도 하여, 어쩐지 그 앞으로 계속 걸어 가
면 강이 나올 것 같지만, 항상 다리가 보이는 그 앞
에서 눈이 떠지고 만다.

그런 꿈을 몇 번인가 반복해서 꾸다 보면 꿈 속
에서「 아, 또 그 동네에 와 있네」 하며 곧 알아차리
게 되었다. 꽤 오랫동안 20대 후반경까지 그 꿈을
꾸었던 것 같다. 어느새인가 전부 잊고 있었는데
데이비드 오오야마의「 Les Ruelles de Daegu」(대구
의 골목길) 시리즈를 보고 있는 동안, 오랜만에 그
「뒷골목의 꿈」의 감촉을 기억해 냈다. 어딘가 의지
할 곳 없는 불안감과 두근거림이 뒤섞여 버린 듯한
몸이 둥둥 떠올라 땅에 발이 닿지 않은 듯한 ─ 사
진을 보고 있는 사이에 그런 기분에 강하게 사로잡
혀 버렸다.

오오야마가 사진을 촬영했던 한국 대구에는 일
때문에 한번 간 적이 있다. 하지만 물론 여기에 찍
혀 있는 뒷골목에는 발을 들여 놓은 적이 없다. 그
런데 전혀 처음 보는 장소임에도 불구하고 그리운
기분이 든다. 오오야마와 함께 미묘한 커브길이 이
어지는 좁은 길을 따라 모퉁이를 몇 개나 돌고서
쭉 계속해서 걸었다는, 그런 확신에 찬 생각이 강
해지는 것이다.

좋은 사진은 기시감(데자뷔)(déjà-vu)을 끌어낸
다는 것이 나의 지론이다. 처음 본 광경, 만난 적
도 없는 인물을 찍었는데도 어디선가 경험한 일인
것 같은 생각이 든다.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사진
가의 개인적인 행위이기는 하지만 거기에 찍힌 모
습은 많은 사람들의 공통된 이미지 아카이브 안에
저장되어 간다. 꿈도 또한 그럴지 모른다.「 뒷골목
의 꿈」과 같이 반복해서 같은 장소에 가게 되는 꿈
을 누구나 한두 개쯤은 가지고 있지 않을까? 「Les
Ruelles de Daegu」의 시리즈에는 사진과 꿈을 이
어주는 통로가 찍혀 있는 것처럼 보인다.

그렇다면 이 길의 끝에는 무엇이 있는 것일까?
그것은 아무도(사진가 본인도) 모를 것이다. 하지
만 사진집에 실려 있는 마지막 사진에 그런 예감
같은 것이 찍혀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.

이이자와 코타로 (사진 평론가)

* 한국어 번역: 김 은희